작가 소개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알베르 카뮈는 알제리의 가난한 이주민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카뮈가 태어나고 1년 뒤인 1914년에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아버지가 전쟁 중 전사하게 되면서 그는 줄곧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이후 알제대학교 철학과에 진학한 카뮈는 이곳에서 자신의 평생 스승인 장 그르니에를 만났고 그를 따라 교수가 되기를 꿈꿨지만 지병인 결핵으로 이를 단념하게 되었고 기자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쯤부터 그의 작가 경력이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1937년에는 자신의 첫 작품인 '안과 겉'을 출간했으며, 5년 뒤인 1942년에는 '이방인'과 '시지프의 신화'를 출간하며 단숨에 문학계의 스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5년 뒤인 1947년에 발표한 '페스트'로 비평가상을 수상한 그는 10년 뒤인 1957년 당시 최연소에 해당하는 44세의 나이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줄거리와 주요 인물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전, 소설의 중심 소재인 페스트라는 질병을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페스트는 14세기부터 17세기 중엽까지 유럽에서 유행한 질병입니다. 환자들의 피부가 검은색으로 변한다는 이유로 흑사병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동방원정에 나섰던 십자군 병사들로 인해 유럽에 퍼진 것으로 추정되며, 감염 후 열흘 내로 증상이 나타나 사람들을 재빨리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은 물론, 환자의 모습 또한 매우 끔찍하여 유럽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었습니다. 흑사병이 유행한 약 300년 동안 유럽의 인구는 페스트로 인해 1/3 내지 1/4 정도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페스트에 대한 공포는 당시 유럽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습니다. 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전염되는지 과학적으로 알지 못했던 사람들은 더 이상 신이 자신을 지켜주지 못한다고 생각했고, 이는 중세의 종교 중심 세계관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수많은 죽음으로 인해 노동력이 부족해지면서 중세의 봉건제도도 붕괴되었습니다. 농민들은 더 나은 노동 조건을 찾아 다른 도시로 이동했고, 이 과정에서 귀족 출신이 아니라도 돈을 많이 모아 신분 상승의 꿈을 이룬 사람들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소설 '페스트'의 내용은 어쩌면 단조롭다고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책은 1940년대의 어느 날, 프랑스의 도시 오랑을 급습한 페스트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4월 16일 진찰실을 나서다 층계참 한 복판에서 죽어 있는 쥐를 주인공 벼르나요 리유가 발견하게 되고, 약 열흘 뒤인 4월 25일에는 죽은 쥐가 급증해 하루에 6231마리나 수거, 소각됩니다. 그리고 죽은 쥐들이 자취를 감춘 순간, 쥐들에게 일어난 일들이 똑같이 인간에게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페스트가 도시를 습격했고 끝없는 혼란 속에서 사람들의 대응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뉩니다. 첫 번째 인물인 파늘루는 신부입니다. 그는 오랑 시민들이 겪는 불행은 신에게 대적한 결과로 받게 되는 당연한 심판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므로 이 재앙은 우리가 반성의 기회로 삼을 만한 것이니 신 앞에 회개하라고 종용합니다. "그렇습니다. 성찰의 시간이 왔습니다. 여러분은 주일에 하느님을 찾아뵈면 충분하니 다른 날들은 자유롭다고 믿었습니다. 여러분은 몇 번 무릎을 꿇는 것으로 여러분의 죄스러운 무관심을 하느님께 충분히 사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미지근한 분이 아닙니다." 두 번째 인물인 리유와 타루는 페스트에 치열하게 맞서는 사람들입니다. 리유는 페스트 발발 초기부터 비타협적으로 페스트에 맞서 싸울 것을 요구합니다. 보건위원회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그것을 페스트라 부르건 지혜열이라 부르건 그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며, 그것을 페스트라고 확신하냐는 질문에도 "중요한 것은 어휘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라고 말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타루는 이런 리유와 동지적 우정을 나누게 된 인물입니다. 마지막 인물인 랑베르는 파리에서 취재차 오랑에 왔다가 발이 묶인 사람입니다. 죽음의 도시가 된 오랑과 자신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믿으며, 백방으로 오랑을 탈출할 방법을 찾습니다. 정작 떠날 방법을 찾은 뒤에는 돌연 "혼자만 행복하다는 것은 부끄러울 수 있는 일"이라며 오랑을 떠나지 않겠다고 결심합니다.
결론
문제 해결의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들의 행동은 결국 같은 목표를 향해 있습니다. 혼란의 극복, 암울한 현실 상황의 타계가 그것입니다. 우리가 존재하는 세상은 부조리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부조리함만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가 또한 인간입니다. 세상의 부조리함을 온전히 담은 소설이 카뮈의 초기작 '이방인'이라면, 그 부정 사이에 담긴 긍정성을 포착하고자 하는 것이 우리가 살펴본 작품 '페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의 눈은 세상의 부정 그 자체를 향해 있는지, 아니면 그 속에 담긴 긍정성을 향해 있나요? 이것이 어쩌면 카뮈가 우리에게 던지는 진짜 물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